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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마음 속 심연을 건드린 행간의 미학

편집부

기사입력 2021-07-29 13:25     최종수정 2021-07-29 13: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어법

무더운 여름, 코로나 4차 대유행 진입 소식에 요즘 만난 지인들이 힘이 빠진다며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든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아르보 패르트라는 작곡가의 작품 Spiegel in Spiegel(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곡을 몇 분께 추천드렸다. 오래전 이 작품을 처음 듣고 묘하게 심리적 답답함이 무장해제되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은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고 한다.

                         종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보 패르트 (출처 estonianworld.com)

덥수룩한 수염에 마치 속세를 떠나 있는 구도자같은 외모가 시선을 사로잡는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어울릴법하게도 그는 미니멀리즘 작곡가들 중에서도 '영적 미니멀리스트(Holly minimalist)'로 불린다.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 운동에 참여했던 필립 글래스, 스티브 라이히같은 작곡가들은 복잡함을 게워내고 음악의 단순성을 추구하며 반복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음악을 썼다. 당시 널리 퍼져있던 Serialism(음렬주의)의 생경한 음악과는 대조를 이루며 많은 대중들이 반겼을 터. 필립 글래스같은 작곡가는 할리우드의 상업영화까지 아우르며 클래식을 뛰어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했다. 그 뒤를 이어 미니멀리즘의 미학은 요한 요한손,막스 리히터와 같은 예술성은 물론 폭넓은 대중성까지 확보한 작곡가들에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아르보 패르트와 같은 '영적' 미니멀리스트는 그들과 뭐가 다를까. 반복과 변주의 미니멀리즘이라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먼 과거로 회귀해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다성음악을 탐구하며 인간 내면의 영성에 다가가는 음악어법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1935년생,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도 사실 처음엔 동시대의 작곡가들처럼 복잡한 음렬주의 사조에 동참했다. 에스토니아에서 첫번째 12음기법 작품을 내놓을 정도로 말이다. 그에게 전환점이되는 작품을 쓰게된 계기는 성경의 한 구절이었다.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 기독교 정신을 담은 크레도(1968)라는 작품은 호평을 받았지만 당시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있던 에스토니아에서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종교음악을 적대시했던 소비에트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 시기부터 그는 공식적인 작곡활동을 자제하고 중세시대의 그레고리안 성가와 르네상스의 다양한 종교음악들을 탐구하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한 심층적 음악세계를 구축하였다 . 그리고 1972년 그는 루터교에서 러시아정교회로 개종하면서 특유의 교회적 색채와 신비감을 더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단순히 고리타분한 과거의 종교적 색채가 담긴 음악이라고 치부하기엔 그의 음악에대한 반응은 압도적이었다. 2019년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에게 그 왕좌를 빼앗기기까지 아르보 패르트는 전세계의 현존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곡가였으니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침묵'이라는데 답이있다. 그는 침묵에관해 자주 언급했으며 한 인터뷰에서 " 침묵은 경외감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침묵의 중심엔 틴티나불리(Tintinnabuli)라고 불리는 그 만의 작곡기법이 있다.

아르보 패르트가 창시한 틴티나불리의 두 성부

틴티나불리는 라틴어로 '종들'이란 의미다. 종은 화려한 멜로디가 아닌 절제된 '울림'의 개념이 강하다. 한음이 때론 청명하게, 떄론 묵직하게 울리고, 사라지는 여운속에 다음 음이 뒤를 잇는다. 음과 음 사이의 행간은 배음과 잔향이 어우러진 일종의 '여백'인 것이다. 울림과 여백의 반복이다.
아르보 패르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종의 울림을 가장 심플한 3화음으로 표현했으며 간결한 온음계 멜로디를 얹어 놓았다. 그리고 이 두 성부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가는 음악어법이 틴티나불리다.
사실 어떻게보면 너무 쉬운음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않다. 그 안에는 수학적 질서가 숨어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틴티나불리가 그저 뻔한 감상적인 음악어법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 엄격한 룰 안에서 어떻게 화성이 멜로디 라인과 움직이는지를 디자인했으며 그 엄격함에있어 음렬주의에 비견할만하다"라고 평했다. 그의 음악을 분석해보면 단순한 두 성부의 조합을 여러 포지션으로 변주하여 적용해가는 구조가 치밀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여러 음악을 듣다보면  불필요한 많은 음들을 때문에 듣기 버거운 곡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아르보 패르트는 평소에 그의 음악에서 '음 하나'가 아름답게 연주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서 음과 음 사이의 행간은 우리를 고요한 심연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아르보 패르트의 말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침묵은 길어야 한다. 이 음악은 침묵에 관한 것이다. 소리는 침묵을 둘러싸고있을 뿐이다". 

Spiegel in Spiegel (거울 속의 거울)은 거울의 반사를 통한 무한한 공간 즉 '영원'을 담아냈다. 1978년 에스토니아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작품이다. 영화<그래비티>,<어바웃 타임> 등에 삽입될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피아노는 아르페지오로 청명한 종소리를 연상시키듯 평화롭게 3회음을 연주하며 그 위에 유영하는 정갈한 멜로디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단선율을 연상시키며 음 하나하나 인간 내면에 돌을 던지듯 고즈넉한 파문을 일으킨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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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l 추천 반대 신고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번에 소개해주신 곡, 왕왕 듣던 곡이었는데 제목을 잊어서 못찾고 있던 곡이었네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2021.08.09 09:29)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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